이 뜰수록 욕먹는 배우 "일본인이냐고 묻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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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이 뜰수록 욕먹는 배우 "일본인이냐고 묻지 마세요"

최고관리자 0 33

작품을 빛내는 또 다른 주역을 찾습니다. 연기하는 배우라는 점에서 '주'와 '조'는 따로 없습니다. 혹시 연기는 잘하는데 그동안 이름을 잘 몰랐다고요? 가만 보니 이 사람 확 뜰 것 같다고요? 자신의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온 이들을 <오마이스타>가 직접 '픽업'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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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며 온 몸을 던진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에 약 230만의 관객이 반응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을 다룬 영화 <박열>은 단순히 반일을 외치지 않고 부당한 권력, 불온한 억압에 초점을 맞추며 한국 영화에 인색했던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주인공과 정확히 반대지점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영화 속에서 내무대신까지 승진하는 미즈노 렌타로다. 관동대학살의 주축이자, 일본 내 가득 찬 분노와 절망의 감정을 박열이라는 조선인에게 집중시켜 반전을 꾀하는 실존인물이다. 영화에서 미즈노는 관동대지진 중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 일본인들을 죽이려 했고, 그 주축 인물이 박열을 위시한 불령선인 단원이라 주장한다. 이 역을 소화한 배우 김인우를 11일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만났다. 

정치적 희생양 찾기

'조선인에겐 영웅, 우리에겐 적이 되는 적당한 놈'. 미즈노는 박열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으로 의미가 큰 대사다. 한 사람에게 덮어씌우는 거고, 여기서부터 모든 사건이 시작되는 것이니"라고 김인우(48)는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인터넷에 사진과 행적 등 비교적 정보가 상세히 나오는 이 실존인물을 재일교포 3세인 그가 온몸으로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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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주>(김인우는 송몽규와 윤동주를 심문하던 고등형사 역을 맡았다-기자 주) 때 만나고 싶었는데 <박열>까지 한 뒤 만나 오히려 다행이다. 두 인물 모두 한국영화에선 찾기 힘든 입체적 조연이다. 두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하다.

"간단히 말하면 미즈노는 나라를 위해 그런 일을 한 건데 잔머리가 있다. 위기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수를 쓰는 거지. <동주> 속 형사는 송몽규와 윤동주를 취조하면서 점점 변하잖나. 그 인물 역시 국가를 위해 일한 건데 동시에 국가에게 희생당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몽규와 동주 모두 죄인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취조를 한다. 내 스스로는 만주에 자기 동생 역시 끌려가 있는 인물이라고 상상했다. 그래서 취조하면서 두 청년 모습에 자기 동생 생각이 들어 안타까워하거나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거지."

- 두 작품 다 국내 상업영화에선 드문 저예산 영화다. 출연 배우로 이 작품들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다른 출연작인 <군함도> 관련해선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일본인 기자가 한일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두 영화의 메시지는 같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평화라는 걸 그리지 않았을까. 당시 (일본의) 군국주의에 많은 일반인들이 희생당한다. <박열>엔 그 장면이 직접 그려지고 <동주>엔 없다는 차이일 뿐이지.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역시 제국주의를 원망하며 맞서잖나. 국가가 지도하고 시킨 일에 대해 우린 알아야 하고, 일본은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묻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과 일본이 좋은 사이가 되려면 일본이 먼저 만행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 한국은 그걸 받아들이는 자세로 나서야 하고. 그게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아마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텐데 실제로 영화를 보며 역사를 배우는 일본인도 있을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니 거짓말하면 문제가 커지지 않나. 일본 내 우익이라고 하나? 그들은 아마 안 믿을 것이지만 일반인들은 영화로 배우는 점이 많을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왜 한국영화가 지금까지 일본에서 인기가 있겠는가. 이런 영화로 잘 전달해나가야 한다." 

- 이준익 감독이 이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주문한 게 있는지. 또 배우들과 따로 시간을 내 대사를 맞춰봤는지도 궁금하다.  
"감독님은 주문을 잘 안 한다. 이거 잘 말해야 하는데(웃음). <동주>에선 잔잔하게 목소리를 깔아 내뱉는 느낌으로 했다면, <박열>은 마치 파도를 타는 느낌이었다. 최희서와 이제훈이 확 몰아치면 난 슥 빠지고, 그들이 약해지면 내가 몰아치는 거였다. 내가 오버해서 다가가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함께 일본인 역을 맡은 배우들과 한 달 반 정도 따로 홍대 쪽 연습실을 빌려서 계속 만났다. 이들 이름을 꼭 써 달라! 간수 후지시타 역의 요코우치 히로키, 다테마스 검사 역의 김준한, 내 옆에 꼭 붙어있던 경시총감 박성택. 이렇게 네 명이서 맞춰봤다. 이렇게 한 건 난생 처음이었다. 일단 다들 무명배우라 시간도 많았고(웃음), 중요한 역이니 일본어가 어색하면 관객 분들이 지루할 거라 생각했다. 미즈노는 기술적인 면이 요구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소품도 디테일하게 생각해야 했다. 조감독에게 이것저것 요구했지." 

- 소품을 직접 제안한 건가?
"그렇다. 대본엔 앉아서 말하는 신이 많았다. 관객이 지루해할 것 같았다. 배우들이 만나서 연습할 때마다 아이디어를 모았다. 종종 서서 걷는다든가, 돌아가는 의자에 앉는다든가, 거울과 미즈노의 족집게, 재떨이와 펜 등 모두 우리가 연습하면서 하나씩 나온 아이디어다. 큰 건 연출부에서 준비하는데 디테일은 배우들이 직접 모의 연기하면서 채울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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